2020년 10월호 모터스포츠 WRC

2020년 10월호 모터스포츠 WRC



 

에스토니아에 울려 퍼진 애국가

현대 타나크, 홈그라운드 에스토니아 승리


3월 중순 멕시코에서 제3전을 치른 후 중단되었던 WRC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황이 바뀐 만큼 일정을 완전히 새로 짜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에스토니아와 벨기에 랠리가 새롭게 캘린더에 영입되었다. 핀란드전 연습경기로 낯설지 않은 에스토니아는 오이트 타나크의 고향이며 원래도 2022년 WRC를 목표로 했었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린 타나크가 초반부터 잘 달렸고, 브린까지 선전한 현대가 원투 피니시를 거두었다.



 

지난 3월 12~15일 열린 WRC 제3전 멕시코 랠리는 갑작스럽게 일정을 축소해야 했다. 남미에서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데다 본국 상황 또한 악화일로였다. 조금만 지체했다면 대부분이 현지에서 발이 묶였을 것이다. 이후 계획되었던 대부분의 경기가 취소되었다. 그래도 개막전부터 취소되었던 F1과 달리 WRC는 이미 3개 경기를 치른 상태. 챔피언십은 최소 7개 경기만 있으면 가능했다. 터키와 이탈리아 랠리가 살아남았기 때문에 2개 경기를 새로 마련하면 되는 상황. 이렇게 해서 에스토니아와 벨기에 랠리가 새롭게 캘린더에 들어왔다.



토요일 오프닝 스테이지를 잡은 로반페라


6개월 만에 다시 굴어가기 시작한 WRC

우리에게 다소 낯선 북유럽의 에스토니아는 러시아와 북경을 맞대고 있으며 발트해를 사이에 두고 핀란드와 인접한다. 흔히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와 함께 ‘발트 3국’으로 묶이며 WRC 팬 사이에서도 낯설지 않다. 원래는 ERC 등에 포함되는 지역 이벤트로 숲을 가로지르는 단단한 그레이블 노면과 연속되는 점프 등 여러모로 핀란드 랠리와 닮았다. 그렇다 보니 핀란드 랠리 세팅, 훈련을 겸해 워크스 팀에서도 엔트리 하는 일이 잦아졌다. 2018년과 2019년에는 토요타 소속이던 타나크가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그레이블 전문가 브린이 선전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에스토니아는 2022년부터 WRC에 들어가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현지 출신 오이트 타나크의 활약도 힘을 더했다. 지난해에는 관객이 5만 명을 넘었고 100여 개국 이상 TV에 중계되었다. 그런데 코로나라는 거대한 위기로 인해 기회가 일찍 찾아왔다. 무려 6개 경기가 취소되는 위기 속에서 에스토니아는 새로운 WRC 이벤트로 최적의 조건이었다. 기존부터 경기가 꾸준히 열려왔을 뿐 아니라 유럽에 있어 이동이 편하다. 몇몇 워크스 팀이 참가한 전적도 있다. 이렇게 에스토니아는 WRC를 유치한 33번째 나라가 되었다.



7위로 경기를 마친 라피


현대 입장에서는 행운이었다. 비슷한 성격의 핀란드에서는 부진했지만 이제는 현지 출신의 타나크가 있다. 타나크는 개막전 몬테카를로에서의 대형사고 후 아직 승리가 없다. 홈그라운드라면 첫승을 위한 최적의 무대. 집에서 랠리 본부까지 1시간 반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타나크는 우선 시즌을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매년 참가해 온 이벤트다. 물론 당시는 테스트를 위해서였고 지금은 우승을 위해 최고의 성능을 내는데 집중할 뿐이다. 랠리에 대한 정보는 모든 동료와 공유하고 있다. 이번 스테이지의 절반 이상은 나에게도 완전히 새롭다.



워크스를 철수한 시트로엥은 하위 클래스에서 볼 수 있다


랠리를 시작하던 무렵부터 이 부근을 달렸지만 주최 측에서는 랠리에 쓰이지 않던 새로운 길을 찾아냈다.’ 현대는 타나크와 누빌 외에 크레이그 브린을 엔트리 했다. 사실 이번 경기에 현대가 투입한 i20 WRC는 4대였다. WTCR에서 BRC팀으로 현대를 몰았던 피에르 루이 루베가 그 주인공. ERC 출신의 아버지(이브 부베)를 둔 2세 드라이버로 지난해 WRC2 챔피언에도 올랐다. 엔트리명은 현대 C2 컴페티션.



토요타 세력이 현대를 위협했지만 막지는 못했다


타나크의 고향에서 열린 WRC 제4전

9월 4일 금요일. 에스토니아 타르투에서 무려 반년 만에 WRC가 재개되었다. 타르투는 에스토니아 제2의 도시이자 발트 3국을 통틀어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 중 하나. 세레머니얼 스타트를 거친 차들이 구 공군기지에 마련된 서비스 파크 인근에서 SS1을 시작했다. 1.28km의 SS1을 잡은 것은 M-스포트 포드의 라피였다. 짧은 구간이라 오지에, 타나크, 브린, 에번스까지 0.6초 차이였다.



원래 WRC 승격을 계획했던 에스토니아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빠르게 기회를 얻었다. 현지 출신인 타나크는 초반부터 선두로 나섰다


본격적인 경기는 다음 날인 9월 5일(토)부터였다. SS2 프랑글리(20.23km)부터 SS3 카네피(16.89km), SS4 오테파(9.6km), SS5 메쿨라(14.76km), SS6 엘바(11.72km)의 5개 스테이지를 2번 반복하는 구성. 오프닝 스테이지인 SS2 프랑글리를 잡은 것은 토요타의 젊은 피 로반페라. 브린보다 1.3초 빨리 달려 종합 선두로 올라섰다. 그 뒤로 에번스, 타나크, 오지에, 누빌 순. 하지만 홈 관중의 응원을 받는 타나크는 역시나 강했다.



WRC2 클래스의 그리야진. 차는 현대 i20 R5다


SS3에서 브린에 5.6초 앞선 톱을 차지하며 단번에 종합 선두로 올라섰다. SS4에서는 현대 트리오 타나크, 브린, 누빌이 1-2-3에 오르며 토요타 세력을 밀어냈다. 로반페라는 SS3에서 리어 타이어 펑크로 종합 순위가 뚝떨어졌다. SS5에서는 토요타의 반격이 있었다. 오지에가 톱 타임을 내고 로반페라가 뒤를 이었다. 타나크는 3위로 종합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 오전 일정을 마무리하는 SS6에서는 누빌이 가장 빨랐다. 종합 2위 브린과의 시차를 4.3초로 좁혔다.



종합 3위를 달리던 누빌은 SS7에서 사고로 데이 리타이어했다


누빌이 SS7에서 사고로 데이 리타이어

오프닝 스테이지 프랑글리를 다시 달리는 SS7에서 누빌이 사고를 당했다. 뒷바퀴를 끌며 겨우 스테이지를 완주했지만 타이어가 꺾이고 드라이브 샤프트가 노출될 정도의 손상이라 어쩔 수 없이 데이 리타이어. 누빌에 따르면 왼쪽 고속 코너에서 라인을 벗어나 바깥쪽에 무언가와 충돌했다고.

누빌이 굴러떨어지면서 SS7 톱 타임의 오지에가 종합 3위로 부상했다. 챔피언십 선두로 출발 순서가 가장 빨랐던 오지에는 오전 내내 노면 청소를 도맡다가 SS7부터 해방되었다. 종합 2위 브린과의 시차는 4.6초.



8위를 차지한 M-스포츠 포드의 그린스미스


토요타의 추격에 현대 듀오가 다시금 고삐를 죄었다. SS8에서 타나크, SS9와 SS10에서는 브린이 연속 톱 타임을 잡아 원투 체제를 굳혔다. SS11에서 로반페라가 톱 타임으로 종합 4위에 올라섰다. 토요일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타나크가 종합 선두. 브린 2위로 현대의 원투는 건재했다. 그 뒤로 토요타의 오지에와 로반페라, 에번스, 가츠타가 종합 3~6위. 라피, 수니넨, 루베, 그린스미스가 뒤를 이었다. 그런데 이날 저녁, 로반페라에게 1분 페널티가 부가되었다. SS10 시작 직전 라디에이터 전면 패널을 분리했다는 이유다. 컨트롤 영역에서는 파크페르메처럼 차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 미리 제거해 두어야 했는데 경기 진행상 달라진 부분이 많다 보니 어이없는 실수로 이어졌다. 로반페라가 종합 4위에서 6위로 밀려나고 에번스와 가츠타가 한계단씩 올라섰다.



오지에가 3위로 시상대 마지막 자리를 차지했다


홈그라운드의 타나크가 무난히 선두 질주

9월 6일 일요일. 이날은 SS12 아울라(SS12, 6.97km)를 시작으로 카그베레(SS13 15.46km), 캄비야(SS14 15.46km)를 두 번 반복하는 84.94km 구성. 하루 단축된 일정이라 예전에 비해 일요일에 비교적 많은 거리를 소화했다. 그러면서도 서비스 시간은 없어 수리나 큰 세팅 변경이 불가능하고, 타이어도 처음 장착한 것과 싣고 나간 스페어 이외에는 사용할수 없었다. 이날의 오프닝 스테이지에서는 에번스가 가장 빨랐다. SS13에서는 로반페라가 톱 타임. SS14에서는 오지에를 비롯해 로반페라와 에번스가 2, 3위였다. SS15는 오지에가 잡았고 SS16은 로반페라가 톱 타임. 파워 스테이지 SS17은 다시 로반페라 잡았다. 일요일의 주인공은 토요타처럼 보이지만 실속은 현대가 챙겼다.

2~5위로 선두와 근소한 차이를 유지해 종합 순위를 지켜냈다. 결국 타나크가 우승, 브린 2위로 현대 듀오가 원투 피니시로 경기를 마쳤다.



크레이그 브린은 세바스티앙 로브와 현대팀 3번째 차를 번갈아 운전하고 있다


오지에가 3위, 에번스가 4위였고 로반페라, 수니넨, 라피, 그린스미스, 솔베르그, 오스트베르크가 5~10위를 차지했다. 최종 스테이지이자 파워 스테이지에서는 로반페라, 에번스, 타나크, 오지에, 브린이 5~1점을 나누어 가졌다. 누빌은 파워 스테이지 득점을 노렸지만 랠리카 상태가 좋지 않아 12위.

“현대에서 첫 우승을 거두어 기쁘다. 모국에서 거둔 승리라 특히나 큰 의미가 있다. 솔직히 말해 압박이 큰 경기였다. 스트레스도 많았는데 안심했다. 에스토니아에서 개최되는 첫 WRC는 절대로 이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실수는 절대 허용되지 않았고, 리스크는 떠안지 않았지만 이길 수 있는 성능이 요구되었다. 이 모든 것을 겸비하는 것 자체가 시련이었다. 다행히 우승 포인트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지난 수개월간 필사적으로 노력해 준팀 모두에게 감사한다. 진짜 대단한 일이었고 앞으로도 계속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보여주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누빌의 불운만 아니었다면 현대팀 1-2-3도 충분히 가능했다


이번 결과에 따라 개막전부터 4전까지 전부 다른 드라이버가 우승컵을 가져갔다. 드라이버즈 챔피언십에서는 여전히 오지에가 선두, 에번스가 2위다. 타나크는 5위에서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매뉴팩처러에서도 여전히 토요타가 선두지만 현대가 불과 5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레드불, 토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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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