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흡기 V12 페라리의 최종장 FERRARI 812 COMPETIZIONE & COMPETIZIONE A


자연흡기 V12 페라리의 최종장

FERRARI 812 COMPETIZIONE & COMPETIZIONE A


자연흡기 V12 페라리의 최종장

FERRARI 812 COMPETIZIONE & COMPETIZIONE A



 

자연흡기 고회전형 V12 엔진은 오랫동안 드림카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여기에는 수퍼카 브랜드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탄소중립 시대에는 더 이상 누리기 힘든 호사다. 강화되는 규제를 통과하기 위해 배기량을 줄이고 과급기를 달수밖에 없어졌다. 12개 실린더가 만들어 내는 강렬한 사운드는 점점 환상 속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흡기 12기통을 고집하기란 쉽지 않다. 페라리, 람보르기니라도 예외는 아니다.



812 슈퍼패스트 기반의 리미티드 에디션은 콤페티치오네라는 이름이 붙었다 


페라리는 최초의 도로용 모델인 166 인터를 시작으로 전설적인 250 시리즈, 미국 시장을 위한 400 수퍼아메리카, 365 GTB/4 데이토나 등 V12 FR 걸작이 유난히 많다. 현대에 와서도 550과 575M 마라넬로, 599 시리즈와 F12베를리네타 등 그 명맥을 이어왔다. 가장 최근 작품은 812 슈퍼패스트. 페라리의 정체성이라고 해도 될 만큼 핵심 혈통이다. 812 시리즈가 어쩌면 페라리 최후의 V12 자연흡기 FR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어 팬들의 마음을 어둡게 한다.



812 콤페티치오네 A. A는 페라리 타르가 모델을 뜻하는 아페르타의 이니셜이다 


새로운 공력 파츠로 무장

지난 4월 말 812의 최신 모델이 공개되었다. 리미티트 에디션이라고 설명되었을 뿐 정식 이름은 없었다. 그로부터 보름 후 오픈 버전과 함께 이름이 공개되었다. 쿠페형은 812 콤페티치오네, 오픈형은 812 콤페티치오네 A다. 페라리는 오픈 모델에 스파이더 혹은 아페르타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수동 탈착식 톱에 쓰이는 Aperta는 이탈리어로 open을 뜻한다.



노즈를 가로지르는 카본 블레이드와 독특한 와류 발생기 등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812 콤페티치오네는 812 슈퍼패스트를 기반으로 출력을 높이고 다양한 공력적 아이디어를 더했다. 독특한 와류 발생기, 보닛의 에어로 블레이드는 물론 냉각 시스템과 브레이크 쿨링 등 차 안팎을 꼼꼼하게 진화시킨 특별한 모델이다. 리어 스포일러는 기본형에 비해 더 크고 넓어져 덕테일을 연상시킨다. 뒤창 부분을 알루미늄 패널로 막아 공력 디자인으로 활용한 점도 특이하다. 사진만 보면 6개의 슬릿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메랑처럼 생긴 립 스포일러로 페라리에서는 와류 발생기(vortex generator)라 부른다. 이것만으로도 다운포스 10%가 늘어난다.



812 콤페티치오네 A. A는 페라리 타르가 모델을 뜻하는 아페르타의 이니셜이다 


출력을 높이느라 발열량이 많아진 엔진을 위해 전면 흡기구 디자인을 손보았고, 라디에이터 폭을 키워 냉각성능도 10% 높였다. 보닛 중간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카본 블레이드에는 공기출구가 있으며, 앞부분에 추가된 브레이크 흡기 포트와 함께 더욱 강렬한 인상을 만든다. 아울러 12기통 엔진을 얹기 위한 긴 노즈를 분할해 작아 보이게 만드는 시각적 효과도 있다. 냉각성능이 늘어난 만큼 언더 보디 개구부를 줄여 공기역학 효율을 높이는 데도 일조한다.



고전적인 격자 패턴의 버킷 시트 


오픈형 아페르타의 다른 해법

뒷바퀴 후방에 보이는 3개의 슬릿은 차체 뒤로 말려 들어가는 공기 흐름을 위쪽으로 유도해 다운포스에 도움을 준다. 배기관을 범퍼 양 끝단에 배치한 것도 이유가 있다. 덕분에 리어 디퓨저 면적을 최대한 확보했을 뿐 아니라 배기가스가 공기 흐름을 가속하면서 일종의 공기 펜스를 형성한다. F1 노하우를 활용해 디퓨저가 보다 효과적으로 작용하도록 만들었다.



 

오픈형의 경우 뒤창에 와류 발생기를 달 수 없기 때문에 브리지 형태의 윙으로 공기 흐름을 조절한다. 오픈카라는 특성을 생각해 엔진룸 열기가 실내로 들이치지 않도록 다듬었다. 812 슈퍼패스트 대비 25% 높고 콤페티치오네와 비슷한 수준의 다운포스가 가능하다. 한편 앞창 윗부분에도 작은 스포일러를 설치해 공기 흐름이 실내로 말려들어가지 않게 했다.



812 슈퍼패스트 인테리어와 다른 부분은 시프트 버튼 디자인이다 


실내는 변화가 적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변속 버튼. 원형 버튼을 세로로 배치했던 812 슈퍼패스트와 달리 수동 H패턴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다. 3개의 스위치 중 왼쪽은 후진, 중간이 오토/매뉴얼이고 오른쪽은 변속 로직 선택이다. 실내 표면은 카본과 알칸타라로 덮고, 시트는 격자형 박음질로 고전미를 살렸다. 콤페티치오네는 뒤창이 없기 때문에 후방 시야는 카메라와 모니터로 대신한다.



 

830마력 내는 V12 6.5L 자연흡기 엔진

V12 6.5L 직분사 789마력 엔진은 최고출력 830마력, 최대토크 70.6kg·m로 성능을 끌어올렸다. 특히 밸브 메커니즘은 F1 기반의 DLC(diamond-like carbon) 코팅 처리를 해 높은 캠 리프트 프로필을 가능하게 한다. 티타늄 커넥팅 로드는 스틸제에 비해 40%가 가벼우며 크랭크샤프트도 재밸런싱 작업과 함께 3% 감량했다. 피스턴 핀도 DLC 코팅을 했으며 가변용량 오일펌프와 저점도 오일로 마찰 저감과 안정적인 윤활능력을 확보했다. 흡기 매니폴드는 고회전과 토크 특성에 맞추어 개량했다. 덕분에 신형 12기통 엔진의 최고회전수는 9,500rpm에 달한다. 이온화 전류를 통해 연소실을 모니터링한 ECU는 직분사 인젝터와 다중 스파크를 조절해 성능과 연비를 조율한다. 개발진은 배기가스 규제를 통과하기 위해 가솔린 분진 필터(GPF)를 장착했다. 필터를 통과하느라 깎이는 중고음은 새로 디자인한 배기 파이프로 복원한다. 변속기는 7단 듀얼 클러치. 기어비는 그대로지만 변속 시간은 5% 줄였다. 반면 연비 개선을 위한 스타트&스톱 기능인 헬레(HELE)도 갖추었다.


 

급제동이 반복되는 서킷 주행에서는 브레이크 냉각도 중요하다. 페라리는 SF90 스트라달레에서 선보였던 에어로 캘리퍼 디자인을 이 차에 활용했다. 전방 전용 흡기구로 끌어들인 공기를 전용 통로를 이용해 브레이크로 보내기 때문에 장시간 사용해도 브레이크 오일 온도가 30℃ 정도로 유지된다.



 

1,598대 순식간에 완판

무게는 38kg 줄어든 1,487kg(콤페티치오네). 엔진에 티타늄 부품을 쓰고 배터리도 더 가벼운 리튬이온 제품을 사용한다. 마력당 하중이 1.9kg에서 1.75kg으로 감소함에 따라 0→시속 100km 가속은 2.85초까지 줄었다. 정지상태에서 200km/h까지도 7.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최고시속은 340km로 변함이 없지만 피오라노 서킷 랩타임은 1분 20초로 812 슈퍼패스트보다 1.5초가 단축되었다.



 

F12 TdF에서 페라리가 쓰기 시작한 4WS도 진화했다. 뒷바퀴를 좌우 독립적으로 각도 조절이 가능해 고속 안정성과 코너링 능력이 높아졌다. 여기에 미쉐린 컵2R 옵션 타이어, 최신형 사이드 슬립 컨트롤 시스템 7.0, 전자식 LSD, F1-트랙 트랙션 컨트롤 등이 하드코어한 스포츠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타이어는 피렐리 P제로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페라리는 콤페티치오네 999대, 아페르타 599대 합계 1,598대를 생산할 예정이다. 페라리의 생산 능력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양이다. 게다가 49만9000유로(6억8,800만원)와 57만8,000유로(7억9,700만원)의 가격은 812 슈퍼패스트 거의 2배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표와 동시에 완판되었다. 812 시리즈가 어쩌면 페라리 최후의 V12 자연흡기 FR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돈다. 터보나 하이브리드 엔진에 비해 V12 자연흡기가 시장에서 빨리 사라질 것은 명백하다. 몬자 SP1/SP2같은 주문제작차로 혈통을 연명한다 해도 페라리 V12의 찬란한 역사한 페이지가 저물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 그 마지막 흔적을 붙잡아두고 싶은 마니아들의 간절함이 완판 행진으로 이어졌다.



1,598대가 순식간에 완판된 것은 이 차가 페라리 최후의 V12 자연흡기 FR 모델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수진 편집장 사진 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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