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재미가 가득한 자동차 여행, Roads Trip in Japan 1

소소한 재미가 가득한 자동차 여행
Roads Trip in Japan 1




‘이 시국’에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고 있다. 그렇다고 앉아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오래된 폴더를 뒤적이다 보니 렌터카를 타고 여행했던 기록이 생각보다 많다. 지난 호에는 미국, 이번 호에는 일본 자동차 여행을 소개해 본다. 기사의 내용은 2017년, 2018년, 2019년의 것으로 현재와는 다소 다를 수있으며 지금 당장 자동차 여행을 떠나자는 취지는 아니다.



렌터카는 연비 좋기로 소문난 비츠였다


괴짜이자 몽상가였던 혼다 소이치로는 생전에 아일톤 세나와 사무라이의 모습이 닮았다고 여러 번 밝혔다


혼다 컬렉션 홀은 바이크 마니아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곳이다


기자가 경험해 본 지역 중에 외국인이 여행을 하거나 생활하기 가장 어려운 곳이 일본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정치적인 대립구도, 국민감정 등 일본은 생각보다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는 서울과 큰 차이가 없다. 복잡한 스카이라인과 바쁜 사람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모습은 서울과 비슷하다. 그래서 대도시나 관광지가 아닌 진짜 일본을 맛보려면 중소도시를 찾는 것이 좋다. 살인적인 교통비만 감수할 수 있으면 말이다.


렌터카 여행은 루트만 잘 짜도 볼거리 풍성 

전통적인 모습의 일본을 경험할 수 있는 동네는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특히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는 지역은 차가 없으면 접근이 불가능하거나 대중교통이 있어도 딱딱 시간에 맞춰 움직이기 어렵다. 후지 스피드웨이나 트윈링 모테기, 스즈카 같은 서킷이 그나마 접근성이 괜찮다고 하지만 역에서 거리가 멀다. 버스는 배차시간이 일정치 않아 이동시간을 생각보다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 그래서 자동차 관련 시설을 둘러보는 일본 여행은 렌터카를 추천한다. 렌터카 예약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토요타 렌터카의 경우 국내에서 예약이 가능하며 스마트폰 어플로도 가능하다. 기자는 토요타 렌터카를 주로 이용하는데 점포나 역이나 공항에서의 접근성, 반납에 따른 용이성이 좋다. 단점은 렌터카 인수와 반납 시간이 오전 8시, 오후 8시로 빠듯할 때가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소개할 코스는 하네다 공항을 출발해 혼다 컬렉션홀이 있는 트윈링 모테기, 나스 클래식카 박물관, 키류, 인기 자동차 만화 이니셜D로 유명한 군마를 거쳐 도쿄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렌터카는 연비 좋기로 소문난 소형차 비츠를 선택했고, 전체 주행거리는 대략 600km 정도이다. 도쿄의 북서쪽 지역인 관동지역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루트다.



트윈링 모테기 내에 있는 혼다 컬렉션 홀의 로비


일본의 고속도로는 한국보다 운전이 편하다. 도심 구간에서는 교통체증이 심한 곳도 있지만 정체와 서행이 반복되더라도 한국에 비해 운전자들이 여유가 있다. 차간 거리도 한국에 비해 넉넉하고 깜빡이를 켜면 웬만한 상황에는 양보하는 편이다. 다만 일본도 지역 별로 차이가 있다. 대도시보다 시골이나 국도 운전자들이 험한 편이고, 오사카와 나고야는 일본 내에서도 운전이 거칠기로 유명하다.



토치기현의 나스 클래식카 박물관은 격납고 건물을 개조해 아이언 돔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하네다 공항을 출발해 혼다 컬렉션홀이 있는 모테기까지는 약 2시간 30분. 하네다에서 바로 고속도로에 올라 도쿄 시내를 관통해 츠쿠바와 미토를 거쳐 51번 국도를 이용한다. 고속도로 구간은 큰 문제가 없지만 일본의 국도는 우리나라에 비해 노폭이 좁고 왕복 2차선 구간이 많다. 일본 왕실의 온천 휴양지로 유명한 토치기현 모테기 서킷 안에 있는 혼다 컬렉션홀은 혼다의 도전과 역사를 집대성한 곳이다. 자동차뿐 아니라 바이크 마니아들에게도 매우 유익한 장소다.



<스피드 레이서> 프로모션을 위해 제작한 달려라 번개호 목업 중하나가 이곳에 있다


1997년 개장한 트윈링 모테기는 아시아 최초이자 유일한 오벌 서킷으로 F1을 제외한 대부분의 모터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는 곳이다. 운영사는 모빌리티랜드 코포레이션으로 혼다의 자회사. 트윈링 모테기는 오벌 코스인 슈퍼 스피드웨이(나스카와 인디카 경기가 열렸음)와 투어링카와 포뮬러 경기가 열리는 4.8km의 로드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로드코스는 3.4km의 동쪽 코스, 1.4km의 서쪽 코스로 구성된다.



오래된 격납고 분위기를 지난 아이언 돔


나스 클래식카 박물관이 있는 나스는 트윈링 모테기와 같은 토치기현 안에 있지만 훨씬 북쪽이다. 이곳에는 아이언 돔이라 불리는 나스 클래식카 박물관이 있는데 나스시의 휴양지와 가깝다. 시골 마을인 나스까지 가는 길은 거의 대부분 2차선 국도이며 거리는 생각보다 멀지 않지만 속력을 낼 수 없어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다.



독특한 모양의 방직공장을 개조한 마에하라 갤러리


아이언 돔은 격납고 건물을 개조한 공간이다. 이곳에는드 디옹 부통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의 다양한 클래식카가 전시되어 있다. 생각보다 규모가 큰편은 아니지만 오래된 기름 냄새와 각 국가별 자동차 발전사, 세계의 경찰관 모자 등을 관람할 수 있다.

이곳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1:1 크기로 제작된 달려라 번개호(마하 고고)의 목업이다. 2008년 워쇼스키 형제가 감독을 맡은 영화 <스피드레이서>의 프로모션을 위해 요코하마 타이어와 워너브러더스가 제작한 이 목업은 10대가 제작되었으며 그중 한 대를 나스 클래식카 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마에하라 갤러리는 마에하라 부부가 직접 꾸민 공간이다


이니셜D의 고향 군마, 일본 3대 우동의 고장 미즈사와 

나스를 출발해 군마까지는 약 2시간 정도 거리다. 고속도로와 국도가 섞여 있어 생각보다 볼거리가 풍성하다. 이니셜D의 고향, 군마로 오는 길에는 키류에 들러 마에하라 부부가 운영하는 마에하라 갤러리에 방문했다. 마에하라 갤러리는 시골의 작은 마을에 자리를 잡았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마에하라 갤러리는 왠지 근처의 동네와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지붕의 모양이 톱날과 닮았다 해서 톱지붕 건물이라 불리는 건물은 80년 전에 지어진 것으로 현재는 키류시의 지역 문화제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이카호 박물관에는 쇼와 시대의 거리를 그대로 재현한 공간이 있다


예전에는 방직공장으로(키류는 방직이 유명하다고 한다.) 사용했으며 마에하라 부부가 내부를 갤러리로 꾸몄다고 한다. 마에하라 갤러리는 토요타의 간판 모델인 크라운과 랜드크루저를 모아 놓은 곳이다. 1955년부터 1975년까지 생산된 크라운과 랜드크루저가 각 세대별로 전시되어 있으며 마에하라 부부의 추억으로 가득하다. 안타깝게도 마에하라 갤러리는 비정기적으로 개방된다. 방문 예정이 있으면 사전에 확인이 필요하다.



마에하라 갤러리는 오래된 크라운과 랜드 크루저 있는 곳이다. 모두 현재 운행 가능한 상태로 보관 중이다


다음 기착지인 군마 이카호까지는 약 40분 정도다. 고속화도로 없이 국도로만 이동하는 경로를 택했는데 국도 주변의 모습은 상당히 정갈하고 일본 전통 마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일본에서 국도를 이용할 때 가장 큰 장점은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맛집을 쉽게 찾을수 있다는 점이다. 대도시의 빡빡하고 사람이 몰리는 음식점에 비해 주차공간도 넉넉하고 다양한 메뉴를 파는 인터넷에 나오지 않는 맛집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니셜D의 등장인물들이 광고하는 세차용품


이니셜D의 고향인 군마 특히 이카호 온천 주변과 하루나 호수 주변은 자동차 마니아라면 한 번쯤 들러야 하는 곳이다. 온천으로 유명한 이카호는 매년 클래식카 이벤트인 스프렌도가 열리고 일 년 내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외지인이 바글바글한 모습은 아니다. 군마는 일본 내에서 자동차 보급률이 가장 높다. 대신 대중교통 의존도가 낮아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접근성이 좋지 않다.



D'z 개러지에서는 이니셜D에 등장하는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카호에는 이카호 장난감 자동차 인형 박물관이 있다. 스프렌도를 주관하는 마사히로 요코타 대표의 개인 소장품을 전시한 곳인데 자동차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일본이 가장 잘 살았다고 얘기하는 쇼와시대 거리를 재현한 공간과 당시를 대표했던 자동차들을 만날수 있다. 또한 일본 내에서 유일하게 클래식 미니만 전시한 미니 뮤지엄을 운영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이니셜D와 매우 밀접하다. 이니셜D에 등장하는 두부가게 세트가 실내와 실외에 있으며 만화책과 일러스트 등관련 소품이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외부에 있는 두부가게 세트는 재개발로 사라진 실제 두부가게의 간판을 가져와 꾸민 것으로 유명하다.



이카호 온천에 인접한 미즈사와는 우동으로 유명하다


이카호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이니셜D의 실제 배경이 되는 온천 마을과 하루나산, 하루나호수가 있다. 중간에 이니셜D를 테마로 꾸민 카페도 있고 하루나산까지 가는 길을 유심히 살펴보면 만화에 나오는 곳을 발견할 수있다. 이니셜D 테마 카페인 D'z 개라지는 관련 기념품도 판매하는데 주인공인 타쿠미의 면허증부터 푸딩, 캔디, 간장 등 먹을거리를 비롯해 이니셜D 등장인물들이 모델인 세차용품까지 판매한다.



국도변의 음식점은 붐비는 경우가 별로 없다


일본 3대 우동 중의 하나라 불리는 미즈사와 우동 마을은 이카호 온천 마을 바로 옆에 있다. 물이 유명한 미즈사와의 특산품인 우동은 다른 지역의 우동에 비해 특유의 찰기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즈사와 우동 마을에는 20여 곳의 우동 가게가 영업 중인데 어느 곳을 들어가도 최고의 우동을 맛 볼 수 있다. 이카호 온천 마을은 큰 돌계단을 중심으로 양쪽에 여러 가게들이 모여 있는 구조이다. 



구글맵을 이용해 찾은 음식점


온천을 즐길 수 있는 대중탕과 음식점, 기념품 상점들이 즐비하고 시부카와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정상에는 작은 신사가 있다. 이카호 온천 마을을 지나 하루산, 하루나호수로 방향을 잡으면 이니셜D에 등장하는 주요 배경지를 거의 들를 수있다. 만화에서 아키나산, 아키나호수로 등장하는 지역의 원래 이름은 하루나산과 하루나 호수. 드라이브 코스가 유명한 곳이다. 하루나산 정상까지 가는 와인딩 로드가 바로 이니셜D의 아키나산 배틀 코스다. 



이카호 장난감 자동차 인형 박물관은 마사히로 요코타 관장의 개인 소장품을 전시한 곳이다


그러나 이곳은 좀처럼 속도를 낼 수 없다. 만화와 게임에 등장하는 것과 도로의 모양은 같지만 좁은 코너가 이어지고 노면도 좋지 못해 속력을 낼 수 없다. 구불구불한 와인딩 로드는 산 정상까지 이어진다. 정상 부근에는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칼데라 호수가 있는데 이호수가 바로 하루나호수(만화에서는 아키나호수)이다. 하루나호수에는 만화에 등장하는 오리 보트 선착장이 있고 건너편으로는 타쿠미가 매일 아침 두부를 배달하는 리조트가 희미하게 보인다.



자판기 천국답게 고속도로 휴게소는 다양한 자판기가 있다


군마에서 처음 일정을 시작한 하네다 공항 토요타 렌터카 사무실까지는 넉넉하게 잡아 3시간 정도 걸린다. 군마에서 도쿄로 들어오는 노선은 대부분 고속도로인데 다카사키, 혼조, 사이타마, 도쿄 시내를 거쳐 하네다로 이어진다. 



쉽게 찾을 수 있는 체인점인 유메앙에서 먹은 저녁식사


도쿄 시내에서는 수도 고속도로를 이용하는데, 이용요금이 생각보다 비싸다. 일본에서 렌터카로 지방을 돌아다닐 경우 주행거리 300km 정도면 도로비로 약 15만 원~20만 원 정도 생각해야 된다. 물론 무료 도로를 찾아다닐 수도 있지만 유료도로나 고속도로에 비해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린다. 더군다나 마을을 통과하는 국도가 많아 속력을 제대로 낼 수 없고 사람들의 통행이 잦아 주의가 필요하다.



원래 이름은 이카호. 현재이름은 하루나 호수. 이니셜D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렌터카를 반납하면서 받는 정산서는 매우 자세하다. 자동차 임대료, 보험을 비롯해 통행료, ETC(한국의 하이패스) 임대료, 기타 추가 요금, 유류비 등이 청구된다. 다른 부분이야 그렇다 쳐도 통행료 항목을 보면 대부분 놀랄 때가 많다.



국도변의 식당. 넓은 주차장에 있는 메뉴판 그림을 보고 들었갔는데 상당히 퀄리티가 높았다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 일본을 여행하는 것은 사실 여행 초보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통행 방향, 운전석의 위치부터 시작해 복잡한 신호체계까지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구경만 하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기자도 처음 일본 렌터카 여행을 계획했을 때는 그랬으니까 말이다.




일본 렌터카의 필수 ETC 카드

ETC 카드는 한국의 하이패스와 같은 역할을 한다. 렌터카를 빌릴 때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데, ETC 카드를 사용하면 이용하는 도로에 따라 할인율이 적용되기도 한다. 대부분은 렌터카를 반납할 때 정산하는 후불 방식이지만 지역에 따라 정액제, 기간제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도 있다. 보통 ETC 카드라 하면 지역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후불 카드를 뜻하고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카드나 정액제 카드는 별도의 이름으로 부른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렌터카를 예약할 때 ETC 카드를 함께 신청하는 것이 좋다. 또한 이용요금 외에 ETC 카드 대여 요금이 날짜에 따라 계산된다.


글, 사진 황욱익 Wooc Ic HWANG(자동차 칼럼니스트)
(주)자동차생활
http://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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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