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최고급 럭셔리 SUV는 레인지로버 LAND ROVER RANGE ROVER P525 AUTOBIOGRAPHY LWB

여전히 최고급 럭셔리 SUV는 레인지로버 

LAND ROVER RANGE ROVER

P525 AUTOBIOGRAPHY LWB



 


랜드로버 레인지로버가 데뷔 50주년을 맞았다. 랜드로버에서 고급성을 더한 레인지로버는 반세기 동안 사막의 롤스로이스라는 이미지로 굳혀왔다. 하지만 진짜 롤스로이스 SUV의 등장으로 이미지 재정립이 불가피해졌다. 게다가 전 세계적인 럭셔리 SUV 열풍은 수많은 라이벌을 탄생시켰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레인지로버 역시 체급을 올릴 필요가 생겼다. 그 결과물이 바로 레인지로버 오토바이오그래피 LWB다.   



럭셔리 SUV의 시초, 오토바이오그래피

시승차의 풀 네임은 레인지로버 P525 오토바이오그래피 LWB. 말하자면 525마력짜리 롱 휠베이스 초호화판 레인지로버라는 말이다. 오토바이오그래피는 자서전을 의미한다. 그 시작은 1993년 런던 모터쇼. 당시 아직 BMW 소속이 아니라 비커스 산하였던 롤스로이스-벤틀리는 커스텀 오더 전략으로 재미를 톡톡히 보던 시절이다. 랜드로버 고객들 역시 기존보다 롤스로이스처럼 사치성이 짙은 특별한 레인지로버를 원했다. 니즈를 파악한 랜드로버는 브로셔에는 없는 구성의 오토바이오그래피 프로그램으로 스페셜한 컬러와 진귀한 소재를 담은 전대미문의 최고급 레인지로버를 내놨다. 코널리 가죽과 고급 패브릭으로 치장한 이 차는 랜드로버 마니아들을 단숨에 열광시켰다. 이때부터 오토바이오그래피는 최고급 레인지로버의 상징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비공식적으로 존재했던 특별 주문 부서인 SVO(Special Vehicle Operations)에 V8 4.2L 레인지로버를 입고시켜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휠, 보디키트, 페인트 등 고객 취향을 전적으로 반영한 26대의 차를 만들기도 했다. 2015년 드디어 SVO가 공식적인 출범을 하면서 랜드로버 고급의 끝판은 SVA(SV Autobiography), 퍼포먼스 지향형은 SVR(SV Racing)이 담당하게 되었다.  


​감히 말하지만 요즘 차중 이보다 멋진 대시보드 디자인은 없다. 
게다가 인컨트롤 터치 듀오 프로를 더해 조작성까지 정교하다 


상석에는 웬만한 기능들을 손쉽게 제어할 수 있다

​LWB를 상징하는 직사각형 윈도, 최고급 가죽이 벨트 라인 아래를 온통 뒤덮었다 


대형 파노라믹 루프와 스웨이드 가죽은 호사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시승차는 SVO 부서에서 손보지 않은 오토바이오그래피 모델이다. SVO 배지가 달리면 565마력형 엔진이 탑재되고, 4인승 구성인데 값은 3억원이 훌쩍 넘는다. 작년에 SVR 엔진이 달린 최상위 기종을 타봤지만 다소 시끄러운 데다 2열은 가운데 통로가 막혀 5인승인 시승차 쪽이 더 여유로웠다. 그런 점에서 정숙하면서도 우아하게 미끄러지는 이 차야말로 레인지로버의 품격을 담은 플래그십 정수가 아닐까 생각된다. 게다가 롱 휠베이스(이하 LWB)라서 공간도 광활하다. 스탠다드와 롱 버전을 구분하는 방법은 2열 도어 유리창의 크기로, 직사각형이면 LWB, 정사각형이면 스탠다드다. 



롤스로이스의 V8을 연상시키는 파워트레인

이 차는 사실 연식변경 모델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편의사양과 ADAS 개선. 당연하겠지만 외모는 바뀐 것이 거의 없다. 실내는 SV 오토바이오그래피의 우드 베니어 같은 질감과 디자인은 아니지만 충분히 고급스럽다. 벨루티 지갑에나 쓰일 법한 가죽이 벨트라인 아래를 온통 뒤덮였다. 부드럽고 걸림이 없어 계속 매만지게 하는 강한 중독성이다. 벨라에서 가져온 인컨트롤 터치 프로 듀오를 채용해 2개의 모니터를 센터패시아에 배치했다. 미니멀리즘한 구성으로 디자인 완성도 뿐 아니라 조작성까지 높였다. 메리디안 오디오를 켜니 오케스트라가 주변을 감싸는 듯한 느낌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여유로운 실내 공간의 이점은 풍족한 사운드에서도 느낄 수 있다. 좋은 음향 시스템은 비좁은 수퍼카보다는 이렇게 여유로운 차에 어울린다.



V8 5.0L 수퍼차저 엔진은 강력함과 부드러움을 양립시켰다. 올 알루미늄 구조에 내부 마찰을 최소화했고, 멀티홀 스프레이 가이드 인젝션을 더한 고압 직분사 시스템을 달았다. 게다가 6세대 TVS(Twin Vortex System) 수퍼차저의 도움으로 열 스트레스는 줄이면서 소음은 낮췄다. 대배기량 엔진과의 찰떡궁합으로 넓은 영역에서 강력한 토크를 발휘한다. 덕분에 저속에서도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타면 탈수록 V8 OHV 엔진을 탑재했던 롤스로이스를 떠오르게 했다.  


 

무게중심이 높은 육중한 덩치에 긴 댐퍼 스트로크를 가지면 온로드에서는 분명 핸디캡이지만 에어 서스펜션 덕분인지 경이로울 정도로 롤 제어가 뛰어났다. 비결은 바로 전자식 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이자 2세대로 진화한 터레인 리스폰스 2. 주행 조건과 지형의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엔진, 변속기, 센터 디퍼렌셜 및 시스템의 반응성을 조절해 주행성과 트랙션을 향상시켰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유동적인 차고 조절을 통해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네바퀴가 상시 지면에 찰싹 달라붙어있다. 여기에 뒷바퀴를 최대 50mm 낮출 수 있어서 무거운 물건을 싣기도 용이하다. 시속 105km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지상고를 15mm를 내리는 스피드 로워링 시스템 덕분에 공기저항을 줄여 연비 효율을 올린다. 다만 출력이 더 높은 SV 오토바이오그래피 대비 연비가 좋지 못하다는 점은 다소 의외다. 그럼에도 이 차의 스펙을 고려할 때 충분히 납득할만한 연비 수치다.  




SUV 왕좌 탈환이 비현실은 아니다  

고급 SUV 시장은 이제 프리미엄을 넘어 럭셔리, 하이엔드 럭셔리, 하이퍼의 영역까지 넓어지고 있다. 향후에는 메가 럭셔리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레인지로버는 초기를 빼면 여러 모기업을 거치며 부침을 겪은 탓에 독보적인 위치를 오래 유지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컬리넌 등장으로 오랜 세월 어렵게 쌓아 온 ‘사막의 롤스로이스’라는 타이틀 부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프리미엄 SUV 시장 확대와 레드오션화, 롤스로이스 SUV의 등장에 대응해 랜드로버는 각 라인업의 고급화를 기획한 듯하다. 특히 디스커버리의 위상과 가격은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디스커버리가 기존 레인지로버 위치에 오르고 레인지로버는 오토바이오그래피와 SVO를 통해 수퍼 SUV, 하이엔드 럭셔리 SUV에 대항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롤스로이스, 벤틀리, 페라리, 람보르기니, 애스턴마틴 사이에서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레인지로버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누구보다 고급스러운 SUV를 만드는 데 도가 튼 랜드로버라면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다. 



글 맹범수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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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우 기자 다른기사보기